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계절 바뀔 때마다 꺼내 쓰는 자취생 계절템 리스트


자취를 하다 보면 확실히 계절의 변화를 더 크게 체감하게 된다.
집 안 온도 변화에 민감해지고, 에어컨이나 히터 하나에 생활 퀄리티가 달라지며, 작은 아이템 하나가 여름을 시원하게 혹은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자취방은 구조상 단열이나 냉방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절마다 필요한 ‘계절템’이 꼭 있다. 처음엔 몰랐지만, 몇 년 자취를 하다 보니 “이 계절엔 이게 꼭 필요하지” 싶은 필수템들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 글에서는 실제 자취 생활에서 해마다 꺼내 쓰는 계절 전용 아이템들을 계절별로 정리해봤다.

여름: ‘더위’와의 전쟁, 시원함을 사는 아이템

  1.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
    선풍기보다 훨씬 시원하다. 특히 자취방처럼 좁은 공간에선 서큘레이터 하나로 냉방 효율이 확실히 올라간다. 에어컨과 같이 사용하면 전기세도 줄고, 방 전체에 시원한 바람이 돌기 때문에 꼭 추천하는 여름 필수템이다.

  2. 젤 아이스팩 or 물 주머니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잘 때 꺼내면 에어컨 없이도 잠들 수 있다. 나는 아이스팩을 수건에 감싸서 베개 옆에 두는데, 체온이 낮아지면서 훨씬 빨리 잠든다. 하루 종일 사용해도 전기 요금 0원.

  3. 쿨매트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써본 후로 매년 꺼낸다. 침대 위나 의자에 깔아두면 땀이 덜 차고, 쾌적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특히 밤잠 설치는 사람에겐 강추.

  4. 미니 선풍기 + 보조배터리
    자취방이 좁다 보니 이동형 선풍기가 정말 유용하다. 화장할 때, 요리할 때, 빨래 널 때 등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쓴다. 나는 탁상용 하나, 휴대용 하나 총 두 개를 돌려가며 사용한다.

겨울: 난방 없는 방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템

  1. 전기요 or 온수매트
    자취방에 보일러가 있어도, 전기요 하나 깔면 따뜻함이 확실히 다르다. 특히 잠잘 때 온도 조절이 가능해서 꿀잠에 도움을 준다. 한 번 사면 몇 년 쓰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2. 무릎 담요 & 히트텍 내의
    실내에서도 무릎이 시릴 때 담요 하나만 있어도 체온이 유지된다. 나는 의자에도 담요를 깔아 두고, 다리에 하나 덮고, 소형 히터까지 더해 ‘포근한 사무실’을 만든다. 히트텍은 외출용이 아니라 실내 전용으로도 훌륭하다.

  3. 차가운 공기 차단용 문풍지
    창문이나 방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차단하면 방 온도가 2도는 오른다. 저렴하고 부착도 쉽기 때문에 겨울 오기 전에는 꼭 붙여두는 습관을 들였다.

  4. 따뜻한 무드등 + 커피포트
    겨울엔 시각적으로 따뜻한 느낌도 중요하다. 노란빛 무드등만 켜도 공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커피포트로 따뜻한 차나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몸을 데우는 좋은 방법이다.

계절템은 ‘미리 준비’가 진짜 절약이다

계절이 바뀐 다음에 사려 하면, 이미 가격이 올라 있거나 품절 상태인 경우가 많다. 여름이 끝날 무렵 쿨매트를 사려고 했을 땐 품절이었고, 겨울 시작 전 전기요를 사려고 보니 가격이 이미 치솟아 있었다. 그 이후로는 계절 끝날 무렵에 ‘다음 계절 준비템’을 미리 사고, 옷장 안이나 침대 밑에 보관해뒀다.

또한 계절템은 ‘꼭 비싼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 몇 천 원짜리 문풍지, 만 원대 전기요, 2~3만 원 선의 서큘레이터만 있어도 삶의 질이 크게 바뀐다. 중요한 건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얼마나 ‘체감 변화’를 만들 수 있느냐다.

매년 같은 계절이 돌아오지만,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자취 만족도는 분명히 다르다. 계절템 하나가 자취의 질을 바꾸고, 결국 지출까지 줄여준다. 지금 어떤 계절이든, 다음 계절을 위한 준비를 하나씩 시작해보면 자취가 훨씬 가볍고 즐거워진다.

2025년 10월 20일 월요일

자취 중 멘탈 관리법: 혼자 살면서 생긴 우울감 극복기


자취를 하면 모든 게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혼날 일도 없다. 방 안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어도 문제 될 게 없고,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엔 이게 너무 좋았다. 진짜 내 삶이 시작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달라졌다. 혼자라는 사실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많아졌고, 쌓인 빨래와 설거지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뭘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근 후에도 소파에만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게 바로 많은 자취생들이 말하는 '혼자 사는 외로움'이고, 일종의 무기력과 우울이다.

나도 이런 시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몇 가지 실천을 해왔다.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닌, 실제로 내 삶을 조금씩 바꿔준 멘탈 관리 방법을 정리해본다.

작은 루틴이 나를 지탱해줬다

우울감의 가장 큰 특징은 '무기력'이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어지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세 흘러간다. 나도 주말이 되면 12시간씩 자고, 일어나서 핸드폰만 보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면 진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루틴 만들기'였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개기, 창문 열기, 물 한 잔 마시기부터 정했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하루 이틀 실천하다 보니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하루 한 가지 ‘완료한 일’을 기록했다. 간단한 설거지, 세탁기 돌리기, 장보기 등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는 습관을 들였다.

이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하루의 리듬을 만들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멘탈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잘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해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나를 다시 일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 꾸미기

혼자 사는 공간이 곧 나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맞았다.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마음도 산만해지고, 정리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머릿속까지 정돈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자취방을 조금씩 바꿔 나갔다. 책상 위에 있던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벽에 좋아하는 문구나 엽서를 붙였다. 침대 옆에는 따뜻한 조명을 두고, 자기 전에는 간단한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틀었다. 집이 단순한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공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SNS나 뉴스처럼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를 줄이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렸다.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멀리 두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억지로 나갔지만, 햇빛을 쬐고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끔은 카페에 나가 노트북을 켜고 일기를 쓰거나, 계획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이런 시간이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 건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무기력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과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멘탈 관리에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분명히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삶이 가라앉을 때는 억지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천천히 다시 숨 쉬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처음 독립했을 때 부모님 말 들었어야 했던 순간들


처음 자취를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친구들은 “이제 진짜 어른 됐네” 하며 부러워했고, 부모님은 “살아보면 알게 될 거다”라며 걱정을 감추지 않으셨다. 그때 나는 다 안다고 생각했다. 밥 차려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살면 되는 거 아냐?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막상 독립 후 몇 달이 지나자, 예전에 흘려 들었던 부모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뼈에 사무치게 떠올랐다. 그때는 잔소리로 들렸지만, 지금은 인생 조언이었다는 걸 안다.

‘귀찮다고 미루지 마라’는 말, 가장 뼈저리게 느낀 조언

나는 평소에도 귀찮은 걸 잘 미루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혼자 살면서 이게 더 심해졌다. 빨래는 쌓아두고, 설거지는 다음 날로 미루고, 청소는 다음 주로 넘겼다. 어느 순간 집 안은 먼지투성이, 싱크대엔 그릇이 쌓이고, 빨래는 냄새가 배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늘 하시던 말이 있다. “귀찮다고 넘기면 더 귀찮아져.” 그 말이 이제야 와닿는다. 한 번에 처리하면 5분이면 끝날 일을 이틀 미루면 30분짜리 대공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지금은 작고 간단한 일일수록 즉시 처리하려고 한다. 설거지는 먹고 바로, 빨래는 그날 넣고, 쓰레기는 바로 버린다.
이런 루틴 하나하나가 결국 나를 편하게 해준다는 걸, 독립하고 나서야 배웠다.

‘돈은 나갈 땐 정말 순식간이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

자취를 하면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외식도 줄이고, 교통비도 덜 들고, 생활비만 잘 관리하면 문제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월급날 받은 돈이 두 주도 안 되어 반 이상 사라지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

고정비인 월세와 공과금, 생활비, 식비, 배달비, 잡다한 생필품까지 하나씩 빠져나가다 보면 통장은 언제 비었는지도 모르게 바닥을 친다. 부모님은 항상 “지출은 계획하고, 통장은 나눠 써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땐 복잡하게 뭘 그렇게 하냐고 넘겼다.

지금은 그 조언 그대로 실천 중이다. 고정 지출용 계좌, 생활비용 계좌, 비상금 통장으로 나눠서 쓰고 있다.
이 구조를 갖추고 나니 최소한 ‘이번 달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다’는 감이 생긴다. 부모님이 강조했던 ‘돈을 지키는 습관’이란 게 결국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독립은 자유롭지만,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혼자 사는 건 혼자 선택하고, 혼자 감당하는 일의 연속이다. 부모님이 해주셨던 말들은 어쩌면 미래의 내 삶을 위한 ‘사용설명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겠다.
그 말을 진작 들을 걸, 그게 나를 훨씬 편하게 해줄 수 있었단 걸.

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방음 안 되는 자취방, 소음 스트레스 줄인 현실팁


자취를 처음 시작할 때 방의 위치나 크기, 월세는 꼼꼼히 따졌지만 ‘방음’은 그냥 “요즘 건물은 다 비슷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넘겼다. 하지만 막상 혼자 살면서 가장 먼저 마주친 불편함은 의외로 소음이었다. 옆집에서 새벽까지 들리는 TV 소리,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 복도에서 울리는 문닫는 소리까지.
생각보다 소리는 쉽게 벽을 타고 넘어오고, 그게 하루 이틀 누적되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계약 기간은 남아 있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나처럼 방음 안 되는 자취방에 살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집 전체를 리모델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소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내가 직접 시도했던 몇 가지 현실적인 방법들을 공유해본다.

가구 배치와 흡음소재 활용으로 기본 차단

방음이 안 되면 소리를 막는 것보다 ‘소리를 흡수’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다. 내가 제일 먼저 했던 건 벽에 딱 붙어 있던 침대를 다른 쪽 벽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옆집과 맞닿은 벽이 침대 뒤였기 때문에, 소음이 직접적으로 전달됐던 것이다. 침대를 다른 벽으로 옮기고, 사이에 옷장을 배치했더니 실제로 체감되는 소음이 줄었다.

그다음은 커튼과 러그였다. 방음에 효과적인 건 암막커튼처럼 두꺼운 소재다. 창문뿐 아니라 옆벽에도 천을 걸 수 있다면 더 좋다. 나는 벽걸이 봉을 이용해 방 한쪽 벽에 커튼을 하나 더 설치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소리 울림이 줄어들었다. 바닥엔 러그를 깔아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소음을 줄였고, 내 귀에도 좀 더 정숙한 공간이 되었다.

가성비 좋은 흡음 아이템으로는 ‘방음폼’이 있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테이프로 부착하는 방식이라 벽지 손상도 크지 않다. 나는 주방과 방 사이 문에도 문풍지를 붙이고, 틈새를 막는 방음 패드를 덧댔다. 이런 조합만으로도 외부 소음이 확실히 줄었고, 내 목소리나 TV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도 덜했다.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백색소음 활용

물리적인 방음 대책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소음을 없애는 게 아니라, 덜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백색소음이었다. 일정한 소리로 다른 잡음을 상쇄하는 방식인데, 예를 들면 선풍기 소리, 에어컨 바람 소리, 조용한 음악 같은 것들이 있다.

나는 잠자기 전이나 작업할 때 유튜브에서 백색소음 영상을 틀어놓는다. ‘비 내리는 소리’, ‘벽난로 타는 소리’, ‘바람 소리’ 등 선택할 수 있는 소리가 다양하다. 이게 처음엔 별 효과 없어 보이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면 외부 소음보다 익숙한 소리가 귀에 먼저 들어와 스트레스가 확 줄어든다.

또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귀마개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나는 집중이 필요한 날에는 저렴한 유선 이어폰으로 조용한 재즈나 로파이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한다. 이렇게 일정한 소리에 익숙해지면 외부 소음에 대한 민감도가 줄어든다.

소음은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강력한 요소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자취방의 구조와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핵심이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소음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취 생활을 훨씬 편하게 만들 수 있다.

냉장고 정리하다가 내가 절약 못 하는 이유 알았다


자취를 시작하면 가장 기대되는 가전 중 하나가 ‘냉장고’였다. 슈퍼에서 사고 싶은 식재료를 마음껏 사서 채워두고, 밤에 출출할 땐 냉장고 문만 열면 뭔가 먹을 게 있어야 자취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자취 초반엔 장도 많이 봤고, 뭐든 쟁여놓는 재미에 냉장고가 금세 가득 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냉장고는 항상 꽉 차 있었지만, 먹을 건 없었고, 장을 또 보러 나가야 했다.

어느 날 마음먹고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알게 됐다. 내가 절약을 못 했던 이유는 ‘지출’ 자체보다 ‘관리’가 문제였다는 걸. 냉장고 안에 있던 음식물 중 상당수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거나, 존재조차 까먹고 있었던 식재료들이었다. 냉장고는 절약의 도구가 아니라, 낭비의 블랙홀처럼 변해 있었다.

무계획 장보기는 냉장고를 쓰레기통으로 만든다

장보기를 잘 하면 절약이 되지만, 계획 없이 보면 오히려 지출이 늘어난다. 나는 한동안 배고플 때 장을 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냉장고는 금방 넘쳐났고, 몇 주 후엔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가 줄줄이 나왔다. 특히 두부, 숙주, 우유, 치즈 같은 유제품이나 신선 식재료는 며칠만 지나도 상하기 쉽다.

문제는 사놓고 뭘 만들지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이건 싸니까’, ‘이건 언젠가 쓰겠지’ 하는 마음으로 샀던 물건들이 결국 냉장고 깊숙한 곳에 묻혀 있다가 버려졌다. 돈을 쓰고도 먹지 못한 것이다. 특히 내가 많이 버렸던 건 소스류였다. 고추장, 쌈장, 타르타르소스, 스리라차까지 별생각 없이 샀는데, 한 번 쓰고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장을 보기 전에 반드시 냉장고를 먼저 연다. 남은 재료가 뭔지 확인하고,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요리를 검색한 다음, 거기에 필요한 재료만 사러 간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한 달만 실천해도 확실히 음식물 쓰레기가 줄고, 식비도 눈에 띄게 줄었다.

냉장고 정리 습관이 소비 패턴을 바꾼다

냉장고를 ‘차곡차곡 쌓는 공간’으로만 쓰면, 결국 그 안에서 음식이 썩는다. 그래서 나는 정리 방법을 완전히 바꿨다. 우선, 반찬통이나 식재료는 투명 밀폐용기에 담아 내용물이 보이게 했다. 뚜껑 위엔 마스킹테이프를 붙여 보관 날짜를 적었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은 맨 앞줄에 뒀다.

또한 냉장실을 칸마다 용도별로 구분했다. 가장 위 칸은 바로 먹을 음식, 가운데는 조리 예정 재료, 아래 칸은 채소류로 나누고, 냉동실도 반찬/육류/간식으로 정리했다. 이렇게만 해도 장보러 나가기 전에 ‘뭐가 있는지’ 한눈에 확인이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 1회 냉장고 점검’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엔 10분 정도 시간을 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뭐가 남았는지, 뭐가 곧 상할지를 체크한다. 이 루틴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불필요한 장보기가 확 줄었다.

재밌는 건 냉장고 정리를 하다 보면 내 소비 습관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거다. 왜 비슷한 소스만 잔뜩 샀는지, 늘 남기는 반찬은 뭔지, 내가 평소에 어떤 식사를 반복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걸 기반으로 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정리하니 소비 패턴 자체가 건강해졌다.

냉장고는 자취생활의 중심이다. 잘 쓰면 절약의 핵심 도구가 되지만, 잘못 쓰면 버리는 돈의 무덤이 된다. 냉장고 정리는 단순히 청소가 아니라, 나의 생활을 돌아보는 일이다. 그 안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절약의 힌트가 분명히 보인다.

혼밥 지겨울 때 내가 쓰는 배달 없이 먹는 팁


자취를 하다 보면 혼자 먹는 밥, 이른바 ‘혼밥’이 일상이 된다. 처음엔 조용히 혼자 먹는 게 좋기도 하고 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밥이 입에 안 붙는다. 밥이 문제라기보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먹는다는 게 지겹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럽게 배달앱을 켜게 됐다. 자극적인 음식으로라도 기분 전환을 해보려는 마음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지루함을 채우는 방식이 지갑에 부담을 준다는 거다.

나도 한동안 혼밥이 너무 지겨워서 계속 배달만 시켜 먹었다. 하지만 결국 식비가 감당이 안 돼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방법을 바꿨다. 지금은 배달 없이도 혼밥을 덜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나만의 몇 가지 팁을 실천 중이다.

분위기 바꾸는 ‘혼밥 세팅’이 핵심이다

혼밥이 지겨운 이유 중 하나는 늘 같은 공간, 같은 그릇, 같은 자세로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변화라도 ‘식사 분위기’를 바꾸는 데 신경 썼다. 예를 들어 평소엔 책상에서 먹던 식사를 날씨 좋은 날엔 창가로 자리를 옮겨 먹는다든지, 평소 안 쓰던 예쁜 접시나 컵을 꺼내 사용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또한 유튜브에서 ‘식사 브이로그’를 틀어놓고 같이 밥 먹는 기분을 내는 것도 꽤 효과적이다. 실제로 혼밥을 할 때 가장 힘든 건 음식이 아니라 ‘말 없는 시간’이라, 소리나 영상이 배경이 되면 외로움이 덜하다. 처음엔 민망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식사시간이 더 정돈된 느낌이라 좋다.

음악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 중엔 느긋한 재즈나 로파이 음악을 틀어놓는데, 카페 같은 기분이 들어서 혼자 먹는 시간도 덜 지루하게 느껴진다. 밥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익숙한 것들을 조금 다르게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워진다.

메뉴 다양화보다는 ‘형식’ 다양화가 답이다

처음엔 혼밥이 지루한 이유가 늘 같은 메뉴 때문인 줄 알았다. 그래서 반찬을 사고, 양념을 바꾸고, 다양한 요리를 시도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메뉴를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관점을 아예 바꿨다. ‘무엇을 먹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먹을까’로.

가끔은 도시락처럼 반찬을 조금씩 담아보기도 하고, 한 그릇 요리를 플레이팅에 신경 써서 만들어본다. 비빔밥 하나도 위에 계란후라이를 얹고 김가루를 뿌리면 훨씬 먹음직스럽게 느껴진다. 김밥을 사다가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 대신 접시에 옮겨 담고, 국 하나만 끓여도 ‘한 상차림’이 된다. 이런 작은 변화가 혼밥을 새로운 경험처럼 느끼게 해준다.

또 하나 추천하는 방법은 주말에 ‘테마 식사’를 해보는 거다. 예를 들어 한식 데이, 파스타 데이, 편의점 데이 같은 테마를 정해서 평소 안 먹는 구성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나는 최근에 일본식 정식 콘셉트로 밥, 계란말이, 장국, 오이무침을 차려봤는데, 혼자지만 꽤 그럴싸한 한 끼가 되었다.

혼밥은 어쩔 수 없는 자취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루함을 참기만 하면 식사 자체가 고통이 되고, 결국 배달로 도피하게 된다. 혼밥이 지겨운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거기서 끝나면 계속 돈만 새 나간다. 작은 변화로도 식사는 충분히 즐거워질 수 있다. 어차피 매일 해야 하는 일이니, 조금이라도 재밌게 해보는 게 자취의 생존 전략이다.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자취하면서 후회한 지출 TOP5 (이건 진짜 쓸데없었다)


자취를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이것저것 사고 싶어진다. 내 공간이 생겼다는 들뜬 기분에 “이건 있어야지”, “이것도 필요하겠지” 하며 장바구니를 채운다. 나도 첫 자취방에 입주할 때, 필요한 물건들 외에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아이템들을 무턱대고 구매했다. 그 결과,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왜 이걸 샀지?”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물론 사람마다 생활 패턴이 다르니 후회의 기준도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전혀 필요 없었던 소비가 분명 있었다. 아래는 실제로 내가 자취 초기에 구매했다가 거의 쓰지 않거나, 아예 방 한쪽에 쌓여만 있었던 지출 리스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며 공유해본다.

1. 전자레인지 전용 계란찜기, 단 한 번 쓰고 봉인

계란찜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광고에 혹해서 구매했다. 물을 넣고 계란을 깨뜨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부드러운 계란찜이 완성된다는 제품이었다. 문제는 맛도 식감도 별로였고, 세척이 번거롭다는 점이었다. 결국 한 번 쓰고 싱크대 아래에 방치됐다. 차라리 냄비나 프라이팬으로 직접 하는 게 더 깔끔했다.

2. 예쁜 인테리어 소품, 기능보다 ‘모양’에 혹한 결과

감성 조명을 찾다가 LED 무드등, 작은 인형, 캔들 워머 같은 걸 잔뜩 샀다. 문제는 자취방이 생각보다 좁고, 청소하기도 버거운 공간이라는 점이다. 소품이 많아질수록 먼지도 쌓이고, 청소가 귀찮아졌다. 결국 방이 예쁘기는커녕 지저분해 보였고, 대부분의 소품은 박스에 다시 들어갔다.

3. 자취템이라고 유명한 키친타월 홀더와 수납함

SNS에서 ‘자취 필수템’이라고 소개한 키친타월 홀더, 수저 정리함, 회전형 수납함 등을 한꺼번에 샀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구조상 주방 공간을 더 좁게 만들었고, 정작 정리는 귀찮아서 쓰지 않게 되었다. 결국 최소한의 수납만 남기고 나머지는 중고로 처분했다.

4. 10개들이 식기 세트와 고급 수저 세트

혼자 사는데 왜 10개씩이나 필요했을까? 손님이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 접시, 그릇, 머그컵을 세트로 산 건 과한 선택이었다. 설거지 거리는 늘었고, 대부분은 그대로 선반에 쌓여 있었다. 지금은 1~2인용 그릇만 돌려 쓰며, 필요할 때만 추가로 꺼낸다. 수저도 고급 스테인리스 세트 대신 다이소 제품으로 충분했다.

5. 운동기구, 옷걸이로 전락하다

홈트레이닝을 하겠다며 실내용 스텝퍼와 요가 매트를 구매했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사용했지만, 곧 귀찮아졌고, 스텝퍼는 빨래 널이용으로 바뀌었다. 운동 기구는 가격도 비싸고, 자리도 많이 차지한다. 차라리 스트레칭 밴드나 아령처럼 작은 소도구를 활용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충동구매보다 중요한 건 생활 패턴 파악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지출의 공통점은 ‘실제 생활을 해보기 전엔 몰랐던 것들’이라는 점이다. 자취 초반에는 내 생활 패턴이 어떤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괜히 이것저것 미리 사두는 일이 많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한두 달 살아보면 자연스럽게 파악된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사지 말고 일단 버텨보기’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몇 번의 불편함 끝에 다시 생각나게 되어 있다. 그런 물건만 골라 사면 낭비도 줄고, 공간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자취는 혼자 사는 삶이지만, 물건과의 관계를 정리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도 충분히 편안한 자취생활을 할 수 있다.

자취방에서 냉방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3가지


여름에 자취를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한낮에 방 안 온도가 35도를 찍고, 선풍기 바람은 따뜻하고, 에어컨을 켜자니 전기요금이 걱정된다. 특히 자취방은 공간이 작지만 구조가 답답하거나 단열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체감 온도는 더 높다. 나도 자취 초반에는 여름이 가장 힘들었다. 더워서 못 살겠고, 에어컨은 맘 놓고 틀 수 없고, 결국 전기요금 폭탄을 맞고 멘붕에 빠졌다.

하지만 몇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냉방비를 크게 줄이면서도 여름을 견디는 노하우 몇 가지를 얻었다. 이건 책이나 유튜브에서 말하는 이론적인 팁이 아니라, 실제로 자취방에서 효과를 본 현실적인 방법들이다.

에어컨보다 ‘바람 통로’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에어컨을 켜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기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었는데, 방이 너무 빨리 후끈해졌다. 알고 보니 자취방의 작은 면적과 나쁜 환기 구조가 원인이었다. 이후로는 아침과 저녁에 꼭 창문을 양쪽으로 열어 바람이 통하게 만들었고, 선풍기를 창문 쪽으로 틀어 공기를 순환시켰다.

특히 선풍기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바람을 내 쪽으로만 쐬지 말고, 천장 쪽으로 돌리면 뜨거운 공기를 위로 밀어내어 방 전체가 서늘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밤에는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밖으로 향하게 틀면 열기 배출이 더 잘된다. 이런 기본적인 바람 통로만 확보해도 에어컨을 트는 시간이 줄어든다.

또 하나의 팁은 커튼이다. 햇빛이 바로 들어오는 자취방이라면 암막 커튼은 거의 필수다. 햇빛 차단만으로도 방 온도는 2~3도 낮아진다. 나는 낮에 외출할 때 커튼을 꼭 닫고 나가는데, 돌아왔을 때 방 안 공기가 전보다 훨씬 덜 더워져 있었다.

에어컨 사용 시간 줄이기보다, 효율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세가 무서워 에어컨을 아예 안 켠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참다 보면 결국 더위를 못 참고 에어컨을 오래 틀게 되고, 전기요금은 그때 더 많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1~2시간만 에어컨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가장 먼저 한 건 ‘냉방 시간대’ 조절이다. 오후 3~6시 사이 가장 더운 시간에만 에어컨을 짧게 틀고, 나머지 시간에는 선풍기나 아이스팩 등을 활용했다. 특히 자기 전 30분만 에어컨을 틀어 방을 식혀두면, 선풍기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게 잠을 잘 수 있다.

그리고 에어컨 필터 청소도 매우 중요하다.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냉방 효율이 떨어지고,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하게 된다. 나는 여름 시작 전에 한 번, 중간에 한 번 필터를 청소한다. 필터 청소는 생각보다 간단해서 혼자서도 10분이면 끝난다.

마지막으로 콘센트 절전 멀티탭을 사용해서 에어컨 외의 대기전력도 차단했다. TV나 전자레인지처럼 평소에는 쓰지 않는 기기의 플러그를 뽑거나 멀티탭 전원을 꺼두면 전기요금이 의외로 줄어든다. 이렇게 전체 전력 사용량을 낮추면, 에어컨 사용량이 늘더라도 총 전기요금 부담이 줄어든다.

자취방에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건 단순히 에어컨을 켜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원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괜히 더운 날 참다가 열대야에 뒤척이기보다는, 똑똑하게 전략을 짜는 것이 진짜 절약이다. 에어컨은 아껴 쓰는 게 아니라, 잘 써야 덜 나온다.

도마도 없이 요리 가능? 자취 요리 최소템 공개


자취를 시작하면 “요리도 직접 해야지”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한다. 하지만 막상 집에 들어와 냄비 하나 놓고 뭔가 해보려다 보면 ‘아, 이게 없네’ 하는 순간들이 끝없이 나온다. 나의 자취 첫 요리는 라면이었고, 두 번째 요리는 계란후라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런데 볶음밥을 해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당연히 있어야 할 줄 알았던 도마와 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부터 많은 조리도구를 사는 건 부담스럽고, 또 쓸지도 모르겠다 싶어 망설였다. 그래서 ‘최소한으로 사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요리템’을 중심으로 요리를 시작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도마 없이도 웬만한 요리는 다 해 먹을 수 있었고, 지금도 최소템만 가지고 요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요리에 큰 돈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자취생 요리 스타터팩’을 공유하려 한다.

도마 없이 요리하는 법, 의외로 많다

도마는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론 없어도 문제 없는 경우가 꽤 많다. 나는 대부분의 식재료를 가위로 자른다. 특히 닭가슴살이나 대파, 소시지, 깻잎 같은 것들은 주방용 가위 하나면 충분하다. 마트에서 파는 손질된 채소나 냉동 식재료는 이미 썰려 있어서 가열만 하면 된다. 감자나 양파 같이 꼭 칼질이 필요한 재료는 잘 사용하지 않거나, 썰어진 제품을 사는 걸로 대체한다.

물론 언젠가는 도마와 칼이 필요하겠지만, 초반에는 안 사도 충분히 요리가 가능하다. 도마 없이 요리를 하면 설거지도 줄고, 공간도 덜 차지한다. 나는 실제로 도마를 3개월 가까이 안 쓰고 생활했다. 그 기간 동안 오히려 요리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자주 해 먹게 됐다.

자취 요리 최소템 5가지 추천

첫째는 깊은 프라이팬이다. 일반 프라이팬보다 조금 더 깊은 형태를 고르면 볶음, 조림, 국, 라면까지 다 된다. 나는 냄비 없이 프라이팬 하나로 대부분의 요리를 해결했다. 공간 절약도 되고, 설거지 그릇도 줄어들어 자취에 딱 맞는 도구다.

둘째는 전기포트다. 물 끓이는 데만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기포트는 계란을 삶거나 인스턴트 떡국, 컵스프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할 때 유용하다. 특히 아침 식사를 간단히 챙길 때 전기포트 하나면 5분 만에 한 끼를 만들 수 있다.

셋째는 실리콘 뒤집개와 실리콘 국자다. 플라스틱보다 열에 강하고, 코팅팬을 상하게 하지 않아 오래 쓸 수 있다. 한 번 사면 몇 년은 간다. 조리도구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면 튼튼한 것 하나로 버티는 게 중요하다.

넷째는 멀티탭. 자취방은 콘센트가 부족해서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핸드블렌더 등을 한 곳에 모아놓으면 꼭 멀티탭이 필요하다. 자취 요리의 숨은 필수템이다.

다섯째는 밀폐용기. 반찬을 만들거나 남은 음식을 보관할 때 유리 밀폐용기 몇 개만 있어도 정말 편리하다. 뚜껑을 열고 전자레인지에 바로 돌릴 수 있고, 투명해서 내용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자취 요리를 시작하려고 할 때, 갖춰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가성비 좋은 최소템’만 있어도 충분하다. 요리를 어렵게 생각하면 자꾸 배달을 시키게 되고, 지출만 늘어난다. 하지만 요리를 간단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자취 생활이 더 즐거워진다. 도마 없이도 요리는 가능하다. 중요한 건 얼마나 복잡하지 않게 시작하느냐이다.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자취 초보가 한 달 만에 식비 10만 원 줄인 비결


자취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손이 자주 가는 앱이 뭐였을까? 나는 단연 배달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집에 조리 도구도 없고, 요리 경험도 없었던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배달로 하루 세 끼를 해결했다. 그런데 한 달 뒤, 가계부를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식비로만 40만 원 가까이 쓴 것이다. 이건 학생 시절의 한 달 생활비 수준이었다.
충격을 받고 식비 절감을 결심했고, 시행착오 끝에 한 달 만에 10만 원 이상을 줄일 수 있었다. 완전히 배달을 끊지 않았음에도 가능한 일이었다.

식단표 없이 장보면 꼭 낭비가 생긴다

처음엔 ‘마트에서 필요한 것만 사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장보러 가면 계획 없이 이것저것 담고, 막상 요리를 하려면 필요한 재료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또 배달을 시키거나, 남은 재료는 그대로 유통기한이 지나 음식물 쓰레기가 되었다. 장을 보면서 ‘절약하고 있다’고 착각했지만,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꾼 방법이 식단표 작성이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일주일 동안 내가 뭘 먹을 건지 미리 정리하고, 그에 맞는 재료만 리스트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 양파, 파프리카, 달걀, 두부, 감자 같은 식재료는 여러 메뉴에 활용이 가능하다. 한 재료로 최소 2~3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게 식단을 구성하면 장보기도 효율적이고, 식재료를 버리는 일도 줄어든다.

또한 유통기한이 짧은 것부터 우선 사용하도록 냉장고 정리 방법도 바꿨다. 구매한 식재료는 사진을 찍어서 메모장에 저장해두거나, 냉장고 문에 포스트잇으로 정리해뒀다. 이 간단한 습관만으로도 ‘아 이거 사야 하나?’ 같은 불필요한 재구매를 줄일 수 있었다.

배달 없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시스템 만들기

배달 음식의 가장 큰 유혹은 ‘편함’이다. 그래서 배달을 줄이려면 요리를 귀찮지 않게 만드는 환경이 필요하다. 나는 조리도구와 재료 배치부터 바꿨다. 칼, 도마, 프라이팬은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두고, 쓰기 쉬운 전기포트를 활용해 계란을 삶거나 라면도 쉽게 끓일 수 있도록 동선을 단순화했다.

또한 반조리 제품과 냉동식품을 적극 활용했다. 시중에는 전자레인지에 5분만 돌리면 먹을 수 있는 냉동 볶음밥이나 만두, 컵국 종류가 많다. 이런 제품을 몇 개 비축해두면 배달이 귀찮을 때 대체 식사로 훌륭하다. 심지어 요즘은 밀키트도 잘 나와서, 간단한 조리만으로 근사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다. 가격도 배달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하루 한 끼는 무조건 내가 만든 걸 먹기로 정했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침은 시리얼이나 삶은 달걀, 점심은 냉동밥, 저녁은 간단한 볶음요리로 구성했다. 이렇게 루틴을 만들고 나니 자연스럽게 배달을 찾는 일이 줄었다.

놀랍게도 이렇게 바꾼 지 한 달 만에 식비가 40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줄었다. 그중 절반 이상은 배달 줄이기와 식자재 낭비 감소에서 나왔다. 나처럼 요리를 못 하거나 귀찮아하는 사람도 조금만 시스템을 바꾸면 식비 절약이 충분히 가능하다. 핵심은 ‘계획’과 ‘편의성 확보’다. 자취에서 돈을 아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먹는 걸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좁은 자취방, 책상 하나로 공간 넓게 쓰는 법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 늘 느끼는 고민은 '어떻게 이 작은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을까'이다. 나도 처음엔 단순히 침대 하나, 책상 하나만 놓으면 되겠지 싶었지만, 책상 하나가 방 전체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곧 깨달았다. 오히려 잘 고른 책상 하나가 자취방 전체의 효율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도 그 후에 알게 됐다. 실제로 내가 자취 초반에 겪었던 공간 낭비의 문제는 대부분 가구 배치에서 비롯되었고, 그 중심에는 '책상'이 있었다.

다용도 책상이 자취방 구조를 바꾼다

자취방에서는 책상을 단순히 공부나 업무용으로만 보면 안 된다. 나는 처음에 일반적인 120cm짜리 목재 책상을 중고로 구매해서 사용했다. 넓고 튼튼한 건 좋았지만, 문제는 공간이었다. 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버리니 동선이 답답해졌고, 청소할 때마다 책상을 옮기기도 어려웠다. 결국 2달 만에 접이식 벽걸이 책상으로 바꿨다.

접이식 책상은 쓸 때만 펼쳐서 사용하고, 평소에는 벽에 딱 붙여 둘 수 있어서 자취방처럼 좁은 공간에서 정말 유용했다. 특히 식탁, 화장대, 노트북 작업대까지 겸할 수 있어 하나의 책상이 여러 역할을 해주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설치도 어렵지 않아 책상 교체만으로도 공간이 훨씬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책상 주변 수납이 진짜 핵심이다

책상 자체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책상 주변의 ‘수납 구조’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나는 처음에 책상 위에 이것저것 다 올려뒀다. 스킨케어 제품, 향수, 커피잔, 노트북 충전기, 이어폰, 필기구 등. 결국 책상은 늘 지저분했고, 쓸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벽면 수납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건 책상 위쪽 벽에 선반 두 개를 설치한 것이다. 간단한 철제 선반에 자주 쓰는 물건을 올려두니 책상 위는 한결 깔끔해졌다. 그리고 책상 아래에도 바퀴 달린 3단 서랍장을 넣었다. 필요할 땐 당겨서 쓰고, 안 쓸 땐 밀어넣으면 된다. 이 서랍장에는 문구류, 생활용품, 여분 케이블 등을 보관해둬서 항상 정리가 쉬웠다.

또한, 책상 옆에 소형 수납함을 두고 거기에 멀티탭과 충전기, 노트북 관련 액세서리를 한 번에 모아놓았다. 이렇게 수납을 체계화하니 책상을 쓸 때마다 ‘정리부터’ 할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시각적으로도 공간이 정돈되어 보여서 훨씬 쾌적해졌다.

책상은 단순히 물건을 올려두는 가구가 아니다. 자취방에서 책상은 '작은 거실'이고 '작업실'이며 '식탁'이 되기도 한다. 책상 하나 잘 고르고 잘 배치하면, 좁은 자취방이 훨씬 넓고 여유롭게 느껴질 수 있다. 공간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보다 먼저 책상부터 바꿔보자. 정말로 방이 달라진다.


원룸 계약할 때 부동산에서 안 알려주는 5가지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렵고 두려웠던 단계는 단연 ‘방 구하기’였다. 나는 여러 부동산을 돌며 발품을 팔았고, 그 중 한 곳에서 마음에 드는 원룸을 발견해 급하게 계약을 진행했다. 가격도 괜찮고, 위치도 역세권이라 만족했지만 막상 살다 보니 계약 당시에는 전혀 듣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부동산은 알려주지 않았고, 나도 물어보지 않았던 자잘하지만 중요한 정보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은 ‘살기 전엔 몰랐던’ 5가지 포인트를 공유하려 한다.

방음은 사진으로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방을 볼 때 외관과 내부 구조, 인테리어만 본다. 나 역시 그랬다. 사진 속 깔끔한 화이트톤 벽지와 광택 있는 바닥에 만족했고, "건물도 조용한 편이에요"라는 부동산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 그런데 입주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후회를 시작했다. 옆집 TV 소리, 위층에서 뛰는 소리, 복도 지나가는 발소리까지 너무 선명하게 들렸던 것이다.

문제는 이게 구조적인 방음이 아닌 이상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이어폰을 껴도 완전히 차단되지 않고, 귀마개를 해도 잠을 설치게 된다. 계약 전에 방음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낮이나 저녁 시간대에 직접 방문해 귀 기울여보는 것이다. 가능한 한 조용히 방 안에 앉아 10분 정도 있어 보면 대략적인 소음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건물의 층간 구조나 벽 두께도 중요한데,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방음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관리비 포함’이라는 말의 함정

부동산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관리비 포함이에요.” 이 말은 정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곳은 전기, 수도, 인터넷까지 모두 포함인 반면, 어떤 곳은 단순히 청소비 정도만 포함된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월세 40만 원에 관리비 5만 원이 포함된다고 해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 관리비는 단지 건물 청소와 쓰레기 수거 비용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인터넷과 공용 전기요금, 개인 가스요금이 별도로 나왔고 결국 실질적인 부담은 훨씬 더 컸다.

게다가 ‘공과금 별도’라고만 써 있는 계약서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 수도, 전기, 가스 중 어떤 항목이 포함되고 어떤 것이 제외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은 종종 세입자가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설치비와 약정 부담까지 발생한다. 이런 정보를 계약 전에 물어보지 않으면 나중에 뒤늦게 알게 되어 당황하게 된다.

이 외에도 실제로 살기 전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건물 앞 도로에 밤늦게까지 술집 차량이 몰려 시끄럽다든가,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 습기가 많다든가, 배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문제는 계약할 때는 전혀 언급되지 않지만, 거주자가 직접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그 뒤로 원룸을 구할 때 항상 아래 세 가지를 직접 확인한다. 첫째, 방음 상태. 둘째, 햇빛과 통풍. 셋째, 관리비 상세 내역. 이 세 가지만 제대로 확인해도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든다. 부동산은 매물을 소개해줄 뿐, 내 삶까지 보장해주지 않는다. 결국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본인에게 돌아온다. 자취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길 바라며, 다음 방 계약 때는 반드시 이 다섯 가지를 직접 체크해보기를 추천한다.

자취 첫 달, 월세 말고 진짜로 돈 나가는 건 따로 있었다


자취를 시작할 때 나는 월세만 잘 관리하면 크게 지출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방을 구할 때도 보증금과 월세 비율, 관리비 포함 여부, 주변 편의시설 등을 따져가며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사하고 한 달을 살아보니, 월세보다 훨씬 더 지갑을 열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자취는 단순히 ‘사는 공간’만 확보하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정착 비용, 생각보다 크다

이사 첫날, 집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감정은 ‘비어 있음’이었다. 방이 깔끔하고 위치도 마음에 들었지만, 살림이 하나도 없었다. 수건 한 장도 없고, 커튼도 얇고, 주방엔 조리도구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지출이 시작됐다.

청소도구, 쓰레기통, 변기솔, 주방세제, 식기류, 커튼, 욕실매트, 건조대 등등 사야 할 물건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사다 보니 단순한 마트 쇼핑이 아니라 ‘정착 프로젝트’가 되었다. 한 번 마트에 가면 기본 3만 원,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다 보면 또 5만 원. 이렇게 일주일 사이에 40만 원 넘는 돈이 나갔다.

가장 아까웠던 지출은 ‘두 번 사야 했던 물건’들이었다. 급하게 사서 쓰다 보니 품질이 마음에 안 들거나 사이즈가 안 맞아서 결국 다시 사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커튼이 너무 얇아 햇빛이 다 들어와서 결국 암막커튼으로 다시 바꿨고, 저렴한 전기포트를 샀다가 누수가 발생해 결국 브랜드 제품으로 다시 구매했다. 처음부터 꼼꼼히 비교하고 고를 시간이 없었기에 생긴 비용 낭비였다.

식비와 배달비, 생각보다 무섭다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처음 몇 주는 대부분의 끼니를 배달 음식으로 때웠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무서운 지출이었다. 혼자 먹는데도 1만 원은 기본이고, 배달팁 3천 원은 옵션처럼 따라붙었다. 가끔 음료나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면 1만5천 원을 훌쩍 넘겼다. 하루 한 끼만 시켜도 한 달이면 40만 원 가까운 돈이다.

처음엔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몇 번 먹다 보니 느끼고 짜고 질리는 느낌이 왔다. 몸도 무겁고, 음식물 쓰레기도 늘어났다. 결국 냉장고를 채우기로 하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요리를 해본 적이 없으니 뭘 사야 할지도 몰랐고, 필요 없는 걸 샀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후로는 간단한 재료만 사서 한 끼씩 요리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미리 식단을 정하고, 꼭 필요한 재료만 사서 며칠씩 돌려 먹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니 식비가 절반 이상 줄었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행착오와 지출을 생각하면, 첫 달의 비용은 단순히 생활비가 아니라 ‘학습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취를 시작하면 가장 큰 부담은 월세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을 세팅해가는 과정에서 훨씬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으니 비효율적인 소비도 많고, 경험이 없으니 불필요한 물건도 사게 된다. 월세 외에 최소 50만 원 이상의 여유 자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금액이 없다면 생활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계속 허덕이게 될 수 있다. 자취는 공간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내 생활’로 만드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